에르메스는 마루 장인이었던 띠에리 에르메스가 1837년, 프랑스 파리에 작업장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요즘 가을이라 그런지 흔히 읽던 자기계발서나 인문관련책이 이상하게 눈에 들어오지않고, 복잡한 생각이 많은 것도 아닌데 멍하게 있는건 싫어서 예전에 읽었던 '나는 향수로 글을 쓴다'라는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리 두껍지도, 어렵지도 않은 에르메르 조향사 엘레나의 향수와 함께한 생각들로 쓰여진 책이다. 그리 적은 나이도 많은 나이도 아니지만, 일찍 향수를 접한 탓에 향수를 모으면서 사용해온지 20년이 넘어가고 있어서 향수에 관한 마음이 담긴 책을 읽거나 영상물을 볼 때면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서 가끔 그 시대에 살아보고 싶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가 된다.
에르메스 향수 컬렉션은 에드몽 루드니츠카가 1951년, '오데르메스'를 선보이면서 처음 시작되었다. 순수함과 재료의 미학을 가장 우선시하는 장끌로드 엘레나가 에르메스의 전속 조향사로 합류한 2004년부터 에르메스의 향수의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엘레나의 자유로운 조향 방식은 뛰어난 장인 정신, 독창성, 참신함이라는 에르메스의 핵심 가치와 조화를 이룬다. 장끌로드 엘레나는 2008년, '쟈르뎅 아프레 라무쏭'이라는 이름의 향수를 만들었다. '몬순이 지나간 후의 정원'이라는 의미로, 뜨거운 태양으로 메마른 일기를 쏟아지는 비로 쫓아 버리는 인도의 갑작스러운 자연 변화를 표현한다. '쟈르뎅 아프레 라무쏭'이 출시되었을 당시에 가졌던 한 인터뷰에서 엘레나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홍수가 끝났습니다. 먹구름이 맑고 푸른하늘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운하는 거울처럼 반짝이고 숨이 차오느는 공기는 향수가 됩니다. 코로 그 공기를 흠뻑 들이마셔 봅니다. 널따란 정원의 냄새가 납니다. 나무가 다시 일어서고 잎은 다시 초록빛을 띱니다. 풀이 끝없이 흔들리고 어린 새싹이 돋아납니다. 생기있고 깨끗하며 촉촉한 향이 다시 태어납니다. 바로 제가 병에 담아 온 기분이 좋아지는 정원입니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순간 내가 오래 전 이 초록병의 향수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 생각났었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때 당시 나는 이 책을 본 것도 아니었고,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온 건 불과 2년 정도, 향수는 벌써 몇년인가..면세점 근무를 하고 있어서 여러가지 향수를 접할 기회가 많았기도 했지만 에르메스의 쟈르뎅 아프레 라무쏭은 처음 매장에서 시향하고 정말 반해버린 향수였었다. 소름끼치게도 너무나 손질이 잘 된 초록 정원에 아침 해뜨기 전 깨끗한 물을 흠뻑 뿌려주고 나면 풀내음 가득 풍기는 느낌,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싹이 돋아날 때 플라타나스가 즐비한 산책로 숲길을 이른 아침에 걷는 느낌, 정말 그런 기분이 들었었다. 그때도 말이다. 처음 책을 사서 슥슥 속독했을 때는 크게 오지 않았던 부분들이 요즘 유독 눈에 하나하나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령 2주전에 다시 읽어보았던 '죄와벌'이라든지 쌩뚱맞게 몇년만에 다시 읽어 본 '논어'도 기분이 묘했다. 왜 이런지 말이다.
누가 그랬다. 어릴 때 읽었던 어린왕자가 그때는 동화책으로만 보였지만 성인이 되어서 다시 읽어보았더니 동화책의 내용이 아니었다고, 음..한번읽고 읽지 않았던 책들을 요즘 다시 읽어보는 중인데..그런 기분들이 살짝 든다. 확실히 그때의 정신세계와 지금의 정신세계..아니 가치관이 달라져 있기 때문이겠지.
아무튼 엘레나의 책은 요즘 독서가 잘 되지않는 내게 다시 집중을 하게 해주는 마음에 안정감을 가져다주고있고,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생각을 다시 가지게 해주고 있는 듯해서 다시 읽어보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책이다. 이러한 감성을 가지고 사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다. 너무..큰 욕심일까.
2011년, 엘레나의 코끝에서 나온 '쟈르뎅 쉬르 코뜨와'는 우리를 예상치 못한 장소로 데려갔다.'이 시대의 장인' 이라는 에르메스의 연간 테마에 맞춰, 장 끌로드 엘레나를 에르메스의 심장인 포부르 쌩또노레 24번가의 옥상 정원으로 불러 온 것이다. 엘레나는 이 옥상 정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향사의 작업 공간은 그 어디에도 없지만 동시에 모든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어느 날, 저는 멀리서만 찾고 있던 장소를 바로 눈앞에서 발견하게 된것입니다. 제가 여러 번 왔던 곳이죠. 발걸음 사이로 풀잎과 촉촉한 땅의 냄새가 솟아나는 그 냄새를 음미하던 곳입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장끌로드 엘레나의 에르메스는 향료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고 있다. 엘레나는 이렇게 설명한다. "조향사인 저에게 향과 향수의 관계는 분석적이고 인위적이지만 또한 물리적이기도 합니다. 향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향을 다루고, 혼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향은 단어나 색상과 같아서 향수를 구성하는 재료로 저만의 향수를 탄생기키죠."라고...
엘레나의 향수를 보면 주제가 있고, 그 향수를 떠올리며 스토리를 그려지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그만큼 작업의 진행 과정에 엄청난 애정과 정성이 들어갔음을 우리는 짐작 할 수 있다. 물론 엘레나는 책에서도 말하고는 있다. 주제나 이미지가 향수의 필수 요건은 아니다.라고! 향수가 아름다운 것은 그 자체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에르메스의 향수 중 '떼르 데르메스', 출시때부터 반응은 너무 좋았고 여전히 사랑받는 향수이다. 나 역시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너무 멋부리지 않은 모습이지만 깔끔한 차림에 향수는 세련되게 가끔 '떼르 데르메스'를 한번씩 뿌려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에르메스에서 출시되기 전부터 이 향수의 이름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등록되어 있었다. '떼르"는 '대지'라는 단어로부터 연상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한다. 허나 당연히 땅의 냄새를 그대로 재현하는것어 아니었으며, 그간 딱히 주제를 정하지 않은 채 한켠으로 치워 두었던 향수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기록하고 있었다. 당시 조합 성분에 우디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아일랜드 경치를 배경으로 땅에 박혀 있는 '말뚝'의 이미지를 상상했다고하며 말뚝은 '인간의 존재감' 혹은 '대지 위의 인간'을 상징한다고 당시 기록에는 표현했다.
하지만 엘레나는 기업에 소속되어 있으므로 본인이 만들고 싶은 향수만 만들 수는 없다라고 기록하고 있었으며, 더욱이 향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이 느끼는 것들, 말하자면 본인이 어느 때 자신감과 확신을 갖게 되는지 또한 회의감에 빠지게 되는지 그리고 어느 때 본인이 안심하게 되는지 등, 이런 것들에 대한 솔직한 이댜기들을 들려주고, 작업의 진행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전하고 있다. 엘레나의 기록에 의하면"'떼르 데르메스'를 완성하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이 작품에 이야기와 후각적 이미지를 풍부하게 엮어주었다. 그랬더니 나중에는 제품소개자료와 영업팀 연수에 활용되었다. 마지막 테스트와 함께 마침내 주제가 최종적으로 결정되었다. 수백번의 테스트들이 작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과정'이다. 향수를 일주일 만에 만드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것은 명달, 또 어떤 것은 몇 년째 작업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앞으로 치워두는 것들은 대개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었던 구상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이다. 자유롭다고 느껴야만 비로소 많은 것을 내어놓을 수 있다. 나는 그렇다."...
아 마직막 부분은 완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 억압받는다는 곳에서는 창작이니 뭐니 훌륭한 것이 나올 수가 없다. 나도 40으로 접어들어가면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직업상 수많은 사람들은 대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많고, 인내를 해야되는 순간도 많지만, 무언가...극에 달하는 순간이 빨리오는 것 같아서 요즘 좀 지치는 것 같다. 좀 그런 것 같다.
[이미지출처]구글검색
내용참고 :개인소장도서-나는향수로글을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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