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회사 집, 회사 집,....너무나 기계같이 사는 이 생활이 가끔은 싫어진다. 예전에는 회사일이라면 정말 무조건 적이었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회사일에 하루종일 쏟아내고 집으로 올때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하며 많은 얘기도 해야하는 나 이기에..퇴근 때부터는 귀에 이어폰을 꼽고 모든 정신을 음악에만 의지한다. 텅 비어 있는 집에 도착하면 외로울 때도 많다. 하지만 조용함을 좋아하는 내 성격상 아무런 소음이 들리지 않는 텅빈 집안의 조용함의 편함이 나의 외로움을 눌러버릴 정도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께서 빨간 산요 라디오 카세트를 사주셨다. 물론 언니나 오빠는 너무나 유행하던 워크맨을 가지고 있었다. 어렸던 내가 언니나 오빠가 가지고 있는것이 부러워 사달라고 졸랐었는지 기억에 없지만, 아무튼 부모님께서 당시에는 꽤 마음을 먹고 초등학생인 내게 사주셨던 것 같은 기억이다. 딱히 돌려 들을 테이프가 있었던 나이가 아니었기에 매일같이 라이오 듣는 것을 즐겼다.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가곡이나 동요같은 노래와는 차원이 다른 음악세계를 6학년 1학기..그때 처음 접했던 것이었다. 학교 마치고 학원을 가거나 친구들과 소소한 일과가 시간 이외에는 집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어김없이 함께 했다. 공부에 열중이던 언니, 오빠의 교육용 테이프를 나의 빨간 카세트안에 넣고 좋아하는 팝이 흘러 나올때면 녹음 버튼을 눌러 녹음하기도 했었다. ㅎㅎ지금 생각하니 나도 엉뚱한 면이 제법 있었던 것 같다.
중학생이되고 용돈을 받기 시작하면서 레코드 가게에서 묶음으로 된 공테이프들을 사서 매일같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녹음해서 듣고, 지겨워지면 녹음된 테이프위에 또 다시 다른곡을 입혀서 녹음하며 들었다. 정말...음악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중학교 올라가고 얼마 지나지않아 나에게도 워크맨이 생겼다. 그리고 부모님이 클래식 전집 CD를 사오면서 클래식에도 빠져들기 시작했다. CD는 휴대하고 들을 수 없어서 집에서만 들어야했다. 중 2 올라갔을 때는 아빠가 티비에 위성 안테나를 설치해주셨다. 동그랗게 원반처럼 생긴것이었는데 일본방송을 쏘아주는 위성안테나였다. 요즘은 인터넷TV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달한 서비스와 그에 맞는 기기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당시에는 SBS가 가장 핫한 채널이었다고나 할까. 그 조차도 경남지역에는 잘 나오지가 않았다.
나를 또 다른 음악 세계에 빠져 들게한 그 위성안테나! 바로 일본 방송이었다. 우리나라에 음반이 전혀 들어 오지도 않던 시기였고, 일본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당시였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으니까...요즘처럼 집집마다 컴퓨터가 넘쳐나는 시대도 아니었고, 학생인 자녀를 키우는 집에서나 컴퓨터를 볼 수 있었다. 나는 다행히 언니, 오빠가 있어서 오빠에게도 언니에게도 컴퓨터가 있었다.
미 대사관근처에 있던 학교 덕분에 영어에 푹 빠져 있던 나를 위성 안테나 하나로 일본어와 일음에 빠져들게 해버렸고, 그때의 열정으로 다음 사이트에서 일음 카페도 만들어 운영을 했었다. 일음 관련으로는 1등인 카페였고, CD조차 팔지 않던 우리나라에 당시 독학으로 일본어 공부를 하며, 온갖 일본 사이트에 들어가 음악을 구해 올리며, 정말 그때는 거의 미쳐있었던 것 같다.
외국인과 영어를 좋아했던 그때의 나는, 20여년이 지난 지금 나는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어릴 적 외국 사람들은 내게 너무나 좋은 이미지를 주었었기에 외국, 외국인이라는 존재에 동경 같은게 늘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일을 하면서 한번도 10여년 동안은 후회를 한적이 없다. 여러국가의 사람들을 고객으로 만나면서 상냥함과 친절함, 게다가 매너까지! 어릴적 가졌었던 그런 따스한 느낌이 그냥 너무나 좋았었다. 지금도 그 기분은 여전하다. 늘 미소짓고 상냥한 외국인들, 당시에는 마냥 너무 좋았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그런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너무 한 길만 보고 달려온 내가 가끔은 좀 바보 같이 살았나 싶기도 하다.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정말 평범하고, 착하게 잘 자랐다. 하실지 모르겠으나 나의 유년기와 최근 직장 생활까지의 나를 돌아보면 학교, 집, 학원, 집,...회사 집, 회사 집,...중간에 일본에서 생활한 잠깐의 시간, 그리고 업무상 뜸하게 나가는 해외, 아니지..일본에서의 생활을 제외하면 모든게 '일' 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시대가 바뀌고, 잠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변화가 생기는 현실이다. 최근 나와 성격, 취미, 습관, 사고방식, 가치관 등 너무 비슷하다 못해 너무 소름 끼칠 정도로 닮은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그 사람은 학창 시절도, 현재의 일도 너무나 세상을 누비며 경험을 많이 쌓고 있었다는 것이다. 많은 대화를 나누다보니 정말 나는 일궈 놓은게 하나도 없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내놓으라 할 만한 재밌는 추억도 없는 것 같았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었고, 사회 생활도 기계처럼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대학 졸업이후 사회생활 15년 정말 정직하리 만큼 틀에 맞춰 생활해왔다. 인생 얘기부터 사소한 취미까지..가치관 자체가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동성친구들 중에도 없었다. 1년 조금 넘게 많은 얘기를 나눴던 멘토 (내 스스로 그렇게 부르고있다. 나보다 나이도 많지만 인생경험이 정말 너무나 대단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 자신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주 값진 경험이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깨달음을 준 분이다.
지금의 내 나이도 늦은게 아니니 무엇이든 도전해 보라는 조언을 깊이 새기고 있다. 이 업무를 오래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매일 하고 있고, 내 생각엔 늦은감이 있지만 내년에는 많은 시도를 해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5년? 10년?이 지나서 너무나 내 삶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도 퇴근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일기같은 포스팅을 하고 있다. 최신형 기기들을 즐겨 이용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아날로그 방식을 놓지 못하는 많은 것들 중 손일기 쓰는 것!! 오늘 일기장엔 미래에 대한 목표만 주문처럼 써놓고, 이렇게 새벽 3시 20분이 넘어 가는 시간에 감상에 빠져 주저리주저리 쓰고 있다. 혼자 살면서 늘어난 것이라고는 만성 불면증에 배가 된 감수성이다. 늘 집에 혼자있는 내게 오래전부터 함께했던 15년이 넘은 가족같은 동료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오늘도 수고했어요'라고 글귀가 전해져 올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질 정도니까...
현재 계획하고 이루기 위해 하고 있는 공부, 그에 쏟는 시간들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고 소원한다. 이러다가 유리처럼 내 정신이 부서져 버릴까봐..가끔은 겁이 난다. 이만 쓰고..내일을 위해 조금이라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해야 겠다. 다 잘될거라 매일 되새기며 노력할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지금의 힘든 시간도 미래에 대한 계획과 실천으로 이겨낼 것이다. 마음 먹는게 힘들고 그 다음엔 행하는게 힘들다했다. 마음은 먹고 조금씩 행하고 있으니 분명 이룰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할 것이다.
2017.12.11 새벽(12일)으로 넘어간 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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