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8살부터 향수에 관심을 가졌다. 요즘 같으면 올리브 영, 왓슨스, 롭스 같은 멀티 편집 샵 같은 가게가 곳곳에 있지만 내가 향수를 처음 접했을 시절에는 그리 아득한 옛날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소한 아이템이거나 어른들의 사치품에 속하는 전유물 같은 존재였다.
처음 접한 그 날도 교복을 입고 당시 학교에 가지고 다닐 핸드 로션을 하나 구입하기 위해 화장품 매장에 들어갔었다. 그때는 키엘이나 록시땅. 이러한 브랜드는 한국에 들어와 있지도 않은 상태였다. 당시 내 나이에 알수도 없는 브랜드였기도 했었지만 말이다. 광고에 많이 나오던 니베아나 존슨즈베이비로션의 은은한 향기가 좋아서 친구들 사이에는 나름 인기가 좋은 핸드크림이었다.
화장품 매장을 들어서서 너무 크지 않고 매일 들고 다니면서 바를 수 있는 향기 좋은 크림 사고 싶다고 말했더니 앞에서 말한 것처럼 니베아부터 여러가지를 꺼내 보여주셨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가게 주인언니한테서 너무나 신세계 같은 향기가 나지 않는가...이게 뭐지?? 싶어서 바로 물었다.
그때가 '향수' 라는 이름의 첫 만남이었다. 수입 제품은 아니었고, 국산 태평양! 이건 정확하게 기억하는데 그 화장품 가게에서 태평양(현:아모레퍼시픽) 제품들을 들여놓고 판매하고 있을 때였다... 아무튼 당시 태평양 제품이라며 가게 주인 언니가 뿌리고 있었던 제품인데 로션사러 갔다가 향에 반해서 "언니! 지금 가게 안에서 나는 향 뭐에요?" 묻고서는 용돈으로 30ml구매 했던게 첫 향수였었다.
바틀도 얼마나 귀여웠는지 투명한 스킨같은게 향기가 난다는게 너무나 신기하고, 그때부터 향수에 관한 검색을 해가며 빠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 용돈은 군것질이나 헤어 악세사리 사는것에 투자하기보다는 무조건 모아서 음악CD나 향수를 사는데 투자를 했고, 부모님들은 막내딸이면서 학생인 내가 향수를 모으기 시작 하는게 신기하셨는지 방안에 하나씩 모일 때 마다 관심을 가져주셨다. 그래도 고마운 건 이외 다른 생활에서 꽤 모범적인 생활을 해왔었기에, 내 용돈으로 다른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서 사는 것이라 야단을 치거나 하시진 않으셨다.
시간이 점점 흘러서 고3 무렵이 될 때 쯤 스트레스도 많아지고, 여전히 향수 모으는 건 멈추지 않다 보니 늘어나는 향수로 책장이 불편해졌고, 부모님은 예쁜 유리문이 달린 양문 장식장도 책장 색상과 맞추어서 사주셨다. 정말 그 때는 너무 행복했던 날이었던 것 같다. 내가 향수를 어리지만 좋아하는 것을 존중해주는 것 같아서 그 마음에 너무 행복했었다.
보기좋게 진열 해 놓고 보고, 또 보고..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한지 15년이 넘어서나 보다. 향수와는 20년이 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접할 때는 여러가지를 모으면서 사용했었기에 신기하게도 누가 뿌리고 지나가면 어느 순간 '엘리자베스아덴 5번가다!', '디올 돌체비타다!', '에스티로더플레져다!', '페라리 화이트', '불가리익스트림',..당시 여성스럽게 옷을 입을 때는 여성스러운 향수를 뿌렸고, 청바지에 캐주얼 느낌으로, 스포티 한 느낌으로 입을 때는 남성 향수도 즐겨 뿌렸다. 그래서 어느 순간이 되니 나도 모르게 누군가 지나갈 때 저렇게 말하게 되거나, 모르는 향이 나거나 알듯 말듯한 향이 날 때면 가서 물어보기도 했었다. 정말 그때는 향수에 미쳐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여러가지 즐기던 때가 있었다면, 또 20대 중후반에는 어느 한 가지 향에 심하게 빠져서 장작 7년 넘게 여름에는 이것! 겨울에는 이것!, 이런식으로 한 가지만 사용했던 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그랬다. 이 향이 날 때마다 너 생각 난다고. 좋은 의미일 때도 많았지만, 회사에서 나에게 업무를 배우던 후배 한명이 엄청 스트레스를 받던 일이 있었는데 서먹할 때는 말하지 않았었지만 이후 업무가 익숙해지고 조금 편해지고 나더니 나에게 하는 말이 '선배 저 지금 말하는 건데 제가 그때 지금 나는 향수 냄새나기 시작하면 아..선배가 내 주위 1미터 안에 와 있구나..라고 생각 했었어요'라고 말을 하는게 아닌가....그 말을 하는 당사자는 편해졌으니 나에게 털어놓는 말이었을텐데 순간 듣는 입장에서는 미안함과 당황스러움이 밀려와서 이후 한동안 애용하던 그 향수를 끊었었기도 하였다. 업무를 할 때는 감정을 섞으면 안되기에 조금 냉정하게 일하는 편인데, 당시 그러한 말을 들었던 나는 적잖은 충격 아닌 충격이었다고 할까...
지금은 트라우마까지는 아니지만 다시 초창기 때처럼 기분이나 날씨, 혹은 의상에따라 여러가지 향수를 사용한다. 2~3가지를 함께 레이어드해서 뿌리기도하고 말이다. 예전에는 사치품이라고 했겠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악세사리처럼 향수는 어떻게 보면 외출할 때 나를 표현하는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또 다른 나라고 표현 할 수 있다.
예전처럼 그렇게 고가도 아니고, 저렴하다고 질이 나쁜 것도 아니다. 물론 가품도 판을 치고 있지만, 올바른 유통 구조를 통한다면 그러한 확율은 확실히 줄어든다는 점. 몇 천원 아끼려고 하다가 피부도 상하고 원하는 향도 즐기지 못하고, 향수에 대한 이미지 또한 망쳐버리는 수가 있으니 말이다.
아침마다 외출 준비를 마치고 나서기 전에 향수를 선택할 때면 너무나 설레고 기분이 좋다. 그 기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로 표현할 수가 없다. 아마 너무 갖고 싶은 제품을 어렵게 해외 직구로 택배 주문을 해 놓고 기다리는 그런 설레는 기분이라고하면 이해가 되려나 모르겠다. 나는 향수가 그 정도로 좋다. 처음 만났을때도..지금도...매일 아침 뿌리기 전...설레임까지...여전히 좋다.
비싼 옷을 사지 않아도 색상 매치와 적당한 센스로 멋을 내고, 대신 구두나 가방, 소품 활용을 잘하는 것이 나는 더 좋다. 옷은 최대한 깔끔하고 단정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몸에 걸쳤을 때 전체적인 컬러 느낌이 3가지가 넘어가면 내 스스로가 촌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냥 이것 또한 지극히 보수적인 고정관념 같은 생각이다.
포인트로 구두, 가방, 악세사리 활용한다면 굿! 향수로 마무리 하는 건 퍼펙트!!
물론 여름에는 제외다. ㅎㅎ 날씨가 흐릿한게 괜히 사색에 빠져서 주저리 주저리 옛 생각에 빠져보았던 것 같다. 모처럼 예전에 사서 읽던 '나는 향수로 글을 쓴다'라는 책을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있는데 음..역시 장 끌로드 엘레나의 책은 내 감성으로 읽으면 너무 좋은 책인 것 같아서 다시 봐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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